고독사의 현실 [고아] - 유품정리사 / 특수청소부 에피소드

관리자
2021-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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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해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5년 ~ 6년 전쯤, 8월 여름에 겪었던 일로 기억한다.


처음 연락 온 것은 한 여성의 전화로부터였다.

이 여성은 변사사건현장 청소를 해야 되는 문제가 발생하였는데 해당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될지 몰라 자문이 필요하다며 나에게 지금 바로 현장에 방문해 줄 수 있는지의 여부를 물어보았다.

이에 나는 방문해야 되는 지역을 물어보았고 방문할 곳은 수도권에 위치한 도시였는데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았기 때문에 한두 시간 내에 현장에 방문할 수 있다고 답변을 하였다.

그리고 나는 이 여성에게 방문해야 되는 곳의 주소를 문자로 받은 뒤 곧바로 해당 변사사건 현장으로 이동하였다.





약 한 시간여의 이동 끝에 약속한 곳 근처에 다다르고 있었다.

주변은 재개발이 필요해 보이는 굉장히 낙후된 동네였는데 해당 약속 장소인 건물에 도착하였지만 주차가 아예 불가능한 건물인 관계로 주변을 맴돌며 주차할 곳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주변을 맴돌아도 주차할 곳이 썩 마땅치 않았으며 이에 다시 큰길로 나가 유료주차장에 주차를 한 후 변사사건 현장까지 도보로 이동하였다.





약 200m를 걸어서 변사사건이 발생한 건물에 도착한 나는 여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의 전화를 받은 이 여성은 근처에 잠시 볼일이 있다며 기다려달라고 말하였고 나는 건물 계단 한쪽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내었다.

약 10분 뒤, 여성이 건물에 도착하였고 서로 간의 인사를 나눈 뒤 변사사건 현장을 보고 얘기를 나누면 좋겠다는 이 여성의 말에 따라 집 열쇠를 받고 사건이 발생한 집으로 이동하였다.



해당 건물은 대략 80년대에 지어진 다가구주택으로 보였는데 반지하, 1층, 2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층마다 단칸방 몇 가구로 이루어진 건물이었다.

집 열쇠를 받은 나는 지층 OO호를 찾기 위하여 이동하였고 건물 뒤편의 좁은 통로를 돌아 OO호 현관문 앞에 도착하였다.


자물쇠에 집 열쇠를 넣어 돌리고 현관문을 열자 퀴퀴하고 눅눅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였다.

또한, 반지하에다가 창문은 햇빛이 들지 않는 북향 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건너편에는 다른 다가구주택이 있는 관계로 현장 내부는 일광량이 거의 없다시피 하여 정오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어두컴컴했다.


나는 현장을 좀 더 명확하게 확인해보고자 신발장 옆에 있는 전등 스위치를 눌렀지만 누전 차단기가 내려갔는지 전등의 불은 들어오지 않았다.

이에 나는 누전 차단기를 찾기 위하여 두리번두리번했지만 통상적으로 보여야 할 위치에 누전 차단기가 보이지 않아 그냥 휴대폰의 플래시를 켜고 현장을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해당 변사사건현장 내부는 아무런 소음도 없이 적막감만 흐를 뿐이었다.

그저 밖에서 매미가 '맴~ 맴~' 우는소리와 함께 무더운 탓에 땀을 흘리며 거친 호흡을 하는 나의 숨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내가 한걸음 한걸음 발을 내디딜 때마다 집안에 수북이 쌓여 있던 먼지들이 공중으로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주방의 음식은 형상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말라비틀어져 있었고 천장 곳곳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

움직일 때마다 머리에 거미줄이 달라붙은 나는 바닥에 있던 종이를 주워 돌돌 말아 머리 위쪽으로 팔을 휘저으며 거미줄을 제거하였고 조심히 전진하며 집안의 상태를 점검하였다.



집안에는 최근까지 사람이 생활하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집안에서 발생하는 퀴퀴하고 눅눅한 냄새로 짐작할 수 있었는데 해당 변사사건 현장에 거주하고 있던 고인이 사망한 후 꽤 오랜 시간 동안 방치되어 발견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사망 후 3일 ~ 한 달 정도까지는 시신이 팽창기, 부패기를 거쳐 시신부패악취가 점점 더 증가하지만 이후 건조기에 접어들면 시신부패악취가 줄어들고 퀴퀴하고 눅눅한 냄새만 남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방안과, 주방을 자세하게 확인하였지만 변사체 오염물은 확인할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확인할 곳은 화장실 밖에 없었고 그렇다면 고인은 화장실에서 사망하였다는 얘기가 되겠는데 이에 나는 마지막으로 화장실로 이동하였다.


화장실은 집안 구석 일광마저 들어오지 않는 위치에 존재하고 있었고 내부 상황은 확인이 불가할 정도로 매우 어두웠다.

나는 오른손을 들어 습관처럼 화장실 전등 스위치를 눌러 보았지만 역시나 전등불은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왼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들어 플래시에 의존한 채 화장실 내부를 살펴보았다.


확인 결과 좁은 화장실 바닥 전체에는 변사체 오염물이 시커멓게 쌓여 있었다.

정확히 책정할 수는 없었지만 그 높이는 약 5cm ~ 10cm 정도로 가늠되었다.

이 변사체 오염물은 사망 후 인체의 기능이 멈추면서 부패가 시작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 그 자체의 형태가 무너져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는데 그 모습을 비슷하게 표현하자면 마치 축산 농가에 쌓여 있는 분뇨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변사체 오염물의 상태와 함께 아까 말한 바와 같이 집안 내부에 시신부패악취가 아닌 퀴퀴하고 눅눅한 냄새만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고인이 사망 후 대략 2개월 ~ 1년 이내에 발견된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 정도면 고인은 거의 뼈와 가죽 정도만 수습이 되지 않았을까 사료되었고 나는 다시 집 밖으로 나갔다.





현장 점검이 끝난 나는 건물 입구에 대기 중이었던 여성과 대화를 나누었다.

이 여성은 가장 먼저 작업비용이 얼마나 나올지 나에게 물어보았다.


나는 변사사건현장 처리와 관련하여 필요한 작업들을 가감 없이 객관적으로 설명을 해주었다.

특히 매우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는 화장실 부분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었다.


노후한 건물의 화장실의 경우 바닥 타일이 깨져 있거나 줄눈 부분에 균열이 있으면 변사체 혈액, 부패액이 그 틈새로 흘러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겉으로 보이는 변사체 오염물을 제거하고 천장, 벽면, 바닥을 모두 닦아 내어도 시신부패악취는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즉, 화장실 철거 공사를 하지 않는 이상 제대로 된 마무리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철거 공사 가능성의 여부를 감안하여 대략적인 작업비용으로 OOO만원 ~ OOO만원 정도를 예상해야 된다고 말하였다.

이 여성은 이 정도의 비용은 전혀 예상하지를 못했는지 내가 말한 작업비용에 대하여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였다.

그러면서도 이 여성은 나에게 인테리어 복구 비용까지 물어보았으며 이에 나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변사사건현장 처리 비용과 공사비용, 인테리어 복구비용을 모두 더한다면 대략적으로 1,000만원 전후를 예상해야 된다고 말하였다.



나의 말을 들은 여성은 아무 말 없이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이 여성의 모습을 본 나는 벽에 기대어 아무 말 없이 골목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였다.

그리고 잠시 후, 이 여성은 침묵을 깨며 말했다.



이 여성이 얘기한 현재의 상황은 이랬다.

본인은 보육원 원장이며 사망한 사람은 이번 년에 보육원을 퇴소한 만 19세의 남성이라고 말하였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미성년자였던 이 남성은 고등학교 졸업 후 보육원을 퇴소하였고 어떠한 이유로 자살을 하여 최근에 시신이 수습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 사망 후 대략 6개월 정도 방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얘기해 주었다.


보육원 원장의 말을 들은 나는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기 시작하였다.

개인적으로 보육원의 체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른다.

이 남성이 미성년자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에 퇴소를 해야 되는 것인지, 아니면 성년이 되는 새해인 1월 1일에 퇴소를 해야 되는 것인지, 아니면 고등학교 졸업식 이후에 퇴소를 해야 되는 것인지, 아니면 성년이 되는 본인의 생일에 맞추어 퇴소를 해야 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에 따르자면 이 남성은 성년이 되는 해 2월에 자살을 하였다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누군가의 보호를 받다가 갑자기 세상에 내던지어져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된다는 것은 극히 어려울 것이다.

보육원 원장의 말을 들은 나는 이 남성이 성년이 되어 세상에 나온 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여 곧바로 자살을 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후 자살현장 처리 문제와 관련하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보육원 원장이 말하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돈이었다.

보육원 원장은 보육원의 실질적인 재정상 이러한 자살현장 처리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좀 더 현실적인 방법이 있는지 나에게 재차 물어보았다.

이에 나는 비용 부담이 문제시면 1일 작업을 통하여 가장 기본적인 작업만 진행해드릴 수는 있지만 해당 자살현장의 오염 상태가 워낙 심각하기에 그 결과를 장담할 수도 없으며 건물주가 문제 제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대답하였다.


그러면서 건물주라는 단어를 들은 보육원 원장은 또 하나의 문제를 나에게 얘기해 주었다.

보육원 원장은 현재 비용 문제도 고민인데 지금 말한 건물주가 해당 자살현장 처리와 관련하여 완벽하게 원상복구를 시켜놓으라며 본인에게 노발대발 강압적으로 나오는 상황인데 해당 자살현장을 본인이 책임을 지고 처리를 해야 되는 의무가 있는지의 여부를 물어보았다.

나는 곧바로 원장님은 사실에 근거하자면 고인과 직계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해당 자살현장 처리와 관련하여 아무런 책임과 의무가 없다고 대답해 주었다.

이어서 원장님은 현재 도의적인 차원에서 책임을 지시려고 하는 것 같은데 물론 건물주와 원만한 합의를 통하여 해당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해 주었다.


나의 말을 들은 보육원 원장은 결심이 섰는지 먼저 건물주와 대화를 나누어 보고 상호 간의 원만한 합의가 진행된다면 나에게 작업을 의뢰하고 만약 건물주와 얘기가 통하지 않는다면 해당 자살현장 처리와 관련한 문제들을 모두 포기를 하겠다고 말하였다.

보육원 원장의 결심을 들은 나는 상황에 따른 대처방안을 알려준 뒤 인사를 나누고 현장에서 철수하였다.





시간이 흘러 며칠, 1주, 2주가 지나도록 보육원 원장에게서 연락은 결국 오지 않았다.

아마도 보육원 원장은 건물주와의 협의가 결렬되었고 비용의 부담이 발생하여 해당 자살현장 처리와 관련된 문제를 모두 포기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해당 사건으로 알게 된 사실인데 이렇게 보육원, 아동복지시설, 위탁가정 등에서 자라다가 성년이 되어 홀로서기를 해야 되는 사람들을 '보호종료아동'이라고 부른다.

그 규모는 한 해에 약 2500여명(2020년 기준)에 이르고 있으며 퇴소 시 지자체 규정에 따른 자립지원금과 자립수당을 받고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하여 이번 에피소드처럼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범죄에 쉽게 노출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10명 중 3명은 기초 생활 보장 수급자로 살아가고 있다.

나에게 연락이 오지 않아서 모를 뿐이지 '보호종료아동'의 극단적 선택 사건은 어디선가 또 발생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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