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의 현실 [이웃주민 2부] - 유품정리사 / 특수청소부 에피소드

관리자
2021-06-20
조회수 77



1부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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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이 지나도 관리사무소에서의 연락은 오지 않았다.

이에 나도 해당 고독사현장에 대하여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고 다른 현장의 작업을 수행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주말이 지나가고 며칠 뒤 관리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다.



"내일 바로 일 진행해 주세요."



관리사무소는 더 이상 옆집 아주머니와의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며 그냥 고독사현장 처리 작업을 그대로 밀고 나간다는 의지를 표하였다.

옆집 아주머니를 제외한 다른 이웃주민들은 빨리 고독사현장을 처리해달라고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며 상부에서도 고독사현장을 처리하라고 지시가 내려졌기에 더 이상 간과할 수가 없는 관계로 나에게 연락하여 다음날 아침 일찍 곧바로 고독사현장을 처리해달라고 요청한 것이었다.

나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내일 작업을 억지로 밀고 나갈 경우 분명히 옆집 아주머니와의 분쟁이 발생될 것이라는 예언을 하였고 관리사무소도 이를 예상하고 있다며 우선 급한 부분부터 해결해 나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답하였다.





다음날 오전, 아파트 단지에 주차를 한 뒤 먼저 관리사무소를 찾아갔다.

지금까지 고독사현장 처리와 관련한 사항들은 관리사무소 측과 상호 협의를 모두 이루어낸 상황이었기에 별다른 대화 없이 머리 위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올라가서 작업하겠습니다."라고 말하였고 관리사무소 측의 동의에 따라 친구와 함께 고독사현장으로 이동하였다.


트럭에서 장비를 꺼내어 작업할 현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나와 친구는 잡담을 나누었고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동안 나는 친구를 쳐다보며 말했다.



"흐흐흐."

"오늘 재밌을 거다."



금일 작업 현장에 대한 모든 상황을 이미 친구에게 알려준 상황이었기에 친구는 '오늘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라는 나의 말을 이해하고 나와 같이 웃기 시작하였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우리는 작업 현장인 OOO호로 이동하였고 현관문 둘레에 붙어 있는 박스테이프를 제거한 뒤 현장으로 진입하였다.

그리고 현관문을 잠그고 보호장구로 갈아입은 뒤 곧바로 고독사현장 처리 작업을 시작하였다.



우리는 심각하게 오염된 부분을 제거하고, 집안의 물건들을 정리하고, 가구를 분해하는 등 일련의 작업을 순서대로 이어나갔다.

이러한 작업이 진행되면서 소음이 발생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작업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복도 쪽에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보였다.

그 빈도수는 시간이 갈수록 많아졌고 사람들의 대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다.

그 목소리 중에 한 명은 아니나 다를까 옆집 아주머니였다.

처음에 현관문에 붙어 있는 박스테이프를 제거할 때만 하더라도 긴가민가 하다가 집안 내부에서 소음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니 고독사현장 처리 작업을 진행하는 것을 눈치채고 분주하게 움직이게 된 것으로 사료되었다.



"야. 기대해라."

"이제 시작이다."



나는 친구에게 마음의 준비를 할 것을 전달하였다.

그리고 나와 친구는 집안 내부에서 작업을 수행하며 수시로 현관문 쪽을 쳐다보았다.



'똑똑똑.'

'똑똑똑똑똑.'



잠시 후 작업 현장의 현관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눈빛을 교환하였고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현관문을 바라보았다.



'똑똑똑똑똑.'

'쿵쿵쿵쿵쿵쿵!'

'쿵쿵쿵쿵쿵쿵쿵쿵쿵!'



나와 친구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상대방은 현관문을 더욱더 강하게 두들기기 시작하였다.



'쾅쾅쾅!!!'

'쾅쾅쾅쾅쾅쾅!!!'

"아저씨!!!"

"아저씨!!!"



역시 아니나 다를까 현관문을 두들긴 사람은 옆집 아주머니였다.

하지만 나와 친구는 아까처럼 여전히 침묵을 유지한 채 상황을 지켜보았다.

계속 문을 두들기던 아주머니는 잠시 소강상태에 이르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내가 여기 청소하지 말라고 했잖아!!!"

"빨리 올라와서 멈추게 하라고!!!"

"빨리 와!!!"



잠시 조용한 사이에 아주머니가 전화를 건 곳은 관리사무소였다.

아주머니가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지만 관리사무소 측도 이를 예상하였는지 무관심으로 대처한 것 같았다.

왜냐하면 몇 분의 시간이 지나도록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아무도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아까 말한 바와 같이 수십 가구의 이웃주민들이 신속한 고독사현장 처리를 원하고 있다는 점과 상부의 지시가 내려졌다는 점에서 더 이상 옆집 아주머니 한 사람에게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겠다.



'쾅쾅쾅!!!'

"하~ 하~"

'쾅쾅쾅쾅쾅쾅!!!'

"씩~ 씩~"



옆집 아주머니는 작업 현장의 현관문을 계속 강하게 두들겼고 동시에 분노로 인한 거친 숨소리가 집안으로까지 들려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여보세요!!!"

"경찰이죠!!!"

"여기 OOO단지아파트 OOO동 OOO인데요!!!"

"사람 죽게 생겼어요 빨리 오세요!!!"

"빨리 와요 빨리!!!"



옆집 아주머니는 더 이상 답이 없다고 판단되었는지 경찰에게 연락을 하였다.

개인적으로 사업과 관련한 법정분쟁 경험이 많은 나에게는 이런 상황에서 경찰을 부른다는 아주머니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미 정신이 붕괴되어 있는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였다.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기에 나와 친구는 다시 작업을 이어나갔다.

아주머니는 계속 '쾅쾅'대며 현관문을 강하게 두들겼지만 우리는 아주머니의 행위를 일절 무시하였다.



약 10여분 뒤, 경찰관들이 현관문 밖 복도에 도착하였다.

경찰과의 대화를 시작한 옆집 아주머니는 울분을 토하며 우리가 작업하는 현장 내부의 상황과 시신부패악취로 인한 자신의 피해 등을 경찰관들에게 호소하고 있었다.

또한, 아주머니는 경찰관들의 등장으로 의기양양해졌는지 경찰관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우리가 작업하는 현장의 현관문을 계속 강하게 두들겼다.



'쾅쾅!!!'

'쾅쾅쾅!!!'

"이거 봐봐요."

"이것들 안에 있으면서도 문 안 열어요."

'쾅쾅쾅쾅쾅!!!'

"야!!!"

"문 열어라고!!!"



아까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아주머니의 행동에 대하여 일체 무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찰관이 출동한 상황이라 문을 열어야 될 시기가 되었다고 판단되었다.

이에 나는 작업을 중단하고 현관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똑똑똑똑똑.'

"계십니까?"

"경찰입니다."

"문 여세요."

'똑똑똑똑똑.'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경찰관이 현관문을 두들겼다.

이때 나는 잠시 고민에 빠져들었다.

통상적인 상황이라면 내화학장갑과 고글, 방독면, 보호복을 모두 벗어 일상적인 모습으로 외부에 나갔겠지만 해당 현장의 경우 경찰관들에게 고독사 현장의 심각성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보호장구들을 하나도 벗지 않은 채 그대로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 나의 모습을 본 경찰관이 물어보았다.



"아니."

"아주머니가 계속 불렀다면서요."

"도대체 왜 문을 안 열어요?"

"예?"



사실 이때 경찰관이 처음 꺼낸 말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경찰이라면 중립적인 입장에서 분쟁 사항을 지켜봐야 될 것인데 다짜고짜 아주머니의 편을 들고 인상을 쓰며 퉁명스럽게 말하는 경찰관의 태도에 나도 짜증이 났다.

이에 나는 경찰관이 보는 앞에서 변사체 혈액, 분비물, 부패액이 묻은 내화학장갑을 벗고 고글, 방독면을 벗은 뒤 말할 준비를 하였다.

날씨도 덥고 보호장구로 인하여 땀에 절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나도 흥분한 상태로 똑같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



"옆집 사람이 문 두들기면 무조건 열어줘야 됩니까?"

"그런 법이나 규정이 있습니까?"

"방금 저 아주머니 행동을 보셨겠지만 남의 집 앞에서 고성 지르고 문이 박살 날 정도로 쳐대는데 오히려 저 아주머니가 경범죄로 처벌받아야 되는 거 아니에요?"



나도 퉁명스럽게 대답하자 경찰관도 기분이 나빴는지 계속 인상을 쓰며 질문하였다.



"이거 허락받고 하는 거예요?"



"네."

"이 집에 거주하시다가 돌아가신 분 따님 허락받아서 작업하고 있고요."

"여기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 허락받아서 작업하고 있고요."

"여기 임대아파트 관리 기관 허락받아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문제 되는 거 있습니까?"



나는 경찰관의 질문에 양팔을 벌려 문제 되는 것이 없다는 취지의 몸짓으로 답변을 하였다.

나의 이런 대답과 행동을 본 경찰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나를 쳐다보았고 나는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됐죠?"

"문제 되는 것 없죠?"

"문 닫습니다?"

"문 잠급니다?"



경찰관은 한 손을 들며 '저리 가.' 의미와 같이 손목을 흔들었고 나는 다시 현관문을 닫고 문을 잠갔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복도는 아주머니로 인하여 다시 시끄러워지기 시작하였다.



"아니!!!"

"이렇게 들여보내면 어떻게!!!"

"내가 ㅇㅌ런ㅇㄹ쟈건미ㅏ런미ㅏㄹㄴ!!!"

"ㅁㄴ우라ㅣㄴㅁ러뱌ㅐ런아ㅣ린ㄴ이러ㅏ야!!!"



"전부 허락받고 한다잖아요."



"그래도 그렇지!!!"

"지금 ㄴ이런미ㅏㄹㄴㅇㄹ모ㅑㅐ나ㅓㄹ!!!"

"ㄴㅁ이ㅡ러내ㅑㄹ너ㅏㅇㄹㄴ랴!!!"



이런 옆집 아주머니의 태도에 경찰관은 우리가 허락받고 작업하는 것이기에 문제 되는 것이 없다며 오히려 아주머니를 다그쳤고 집안에서 경찰관의 말을 들은 우리는 다시 작업을 이어 나갔다.

이후에도 밖은 여전히 시끄러웠지만 더 이상 옆집 아주머니의 방해를 받을 일도 없고 신경 써야 될 필요도 없었기에 우리는 순서대로 일을 진행해 나갈 수 있었다.

이날 심각한 오염부분 제거와 함께 사다리차를 불러 집안의 모든 물건을 정리하였고 관리사무소에 1일차 작업 완료 상황을 알려준 뒤 현장에서 철수하였다.





다음날 오전, 현장으로 이동 중에 관리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다.

도착하면 작업 현장에 올라가지 말고 곧바로 관리사무소로 방문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현장 도착 후 우리는 관리사무소로 발걸음을 옮겼고 소장과 옆집 아주머니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장은 나를 보며 여기서 작업을 중단해야 될 것 같다고 말하였다.

어제 우리가 작업을 끝내고 철수한 후 옆집 아주머니가 온갖 상부 기관에 민원을 넣은 관계로 작업을 중단하라는 상부의 지시가 내려졌다고 한다.

나는 유가족이나 건물주의 요청으로 작업을 중단하는 경우를 몇 번 경험하였지만 이웃주민의 민원으로 인하여 작업이 중단되는 경우를 이번에 처음 겪게 되었기에 '아. 이런 경우도 있구나.'라고 스쳐지나듯 생각하며 곧바로 소장에게 알겠다고 대답하였다.



"그러니까 왜 멋대로 일을 하냐고!!!"



나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옆집 아주머니는 나를 쳐다보며 한마디 하였다.

나는 시선을 옆집 아주머니 쪽으로 돌렸고 이 아주머니는 우쭐거리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대사를 이어 나갔다.



"난 아저씨들 필요 없고!!!"

"내 말 아주 잘~ 듣는 업체 내가 직접 고를 거니까!!!"

"그리 알고 있어요!!!"



나는 첫날과 마찬가지로 아주머니를 3초 정도 멍하니 쳐다보았고 순간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고독사현장 처리와 관련하여 아무런 권리 행사 자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가족의 업체 선정에 마치 본인이 결정권이 있다는 것 마냥 정신승리적 망상을 내뱉는 아주머니의 언행에 어안이 벙벙하였다.

아무래도 본인의 지속적인 민원으로 인하여 작업이 중단되고 관리사무소 측도 끌려다니고 있으니 무언의 자신감이 붙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6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성적인 판단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오로지 본인의 감정 및 신념만을 따라가는 아주머니의 행동이 솔직하게 신기하게 보였다.

지금까지 사업을 운영하면서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이웃주민들을 만나더라도 전문업체의 입장에서 고독사현장 처리와 관련한 제반 업무를 설명하면 이해를 통하여 본인의 피해를 어느 정도 수긍하고 유가족 및 건물주들의 도의적인 책임을 받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아주머니는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들을 생각을 전혀 안 하니 '아. 역시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사람들이 있구나."라고 다시 한번 더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아주머니의 태도에 나도 그에 걸맞은 대사로 맞받아칠까 고민하다가 이 아주머니와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진작에 밝혀졌기에 그냥 간단하게 대답하기로 마음먹었다.



"아. 네."

"그러세요."



그리고 나는 소장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럼 일단 유가족분에게 연락드려 작업 중단 사유를 설명드리고 오겠습니다."



나는 관리사무소 밖으로 나가 유가족에게 전화를 걸었다.

먼저 옆집 아주머니의 민원으로 인한 작업 중단 사유를 전달하였고 향후 벌어질 사태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특히 옆집 아주머니가 유가족분의 전화번호를 입수할 경우 관리사무소, 청소업체로 향한 표적이 유가족분에게 전가될 수 있으니 개인 정보와 관련하여 절대적인 비밀을 유지하고 관리사무소에도 방문하지 말고 오로지 관리사무소 측과의 연락으로만 나머지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시라고 조언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현장 왕복 경비와 그에 따른 인건비 및 작업 1일차 작업비용을 협의하였다.

원래대로라면 작업 1일차와 관련된 작업비용만 받는 것이 맞지만 사실상 옆집 아주머니로 인한 시간적 손실 및 금전적 손실이 크게 발생하였기에 유가족도 이러한 부분을 흔쾌히 인정해 주었다.


전화를 끊은 나는 다시 소장에게 찾아가 유가족과의 통화 내용을 전달하였다.

그리고 소장 앞으로 다가가 귓속말로 옆집 아주머니가 유가족의 전화번호를 입수하지 못하도록 조심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소장은 나의 말을 이해하였고 옆집 아주머니는 나의 마지막 말을 듣지 못하였다.

모든 상황 정리가 끝난 나는 관리사무소 소장 및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였고 아파트 단지 밖으로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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